logo
 
 
 
prev 2021. 09 next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들어 오게 하셨고
오남매의 맞이라 그러셨는지
남동생이나 당신 보다
항상 내밥을 먼저 퍼주셨다.

어느날 오랜만에 친정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때처럼
제일 먼저 푼 밥을 내앞에 놓자
어머니가 "얘 그거 내 밥이다"
하시는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엄마 왠일이유?
늘 내밥을 먼저퍼주시더니..."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게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먼저 죽어야 안되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다.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그 얘기를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
중에 누구밥을 먼저 풀것인가을 많이 생각 했다.
그러다 남편밥을 먼저 푸기로 했다.

홀아비 삼년에 이가 서말이고
과부 삼년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달랑 딸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 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편을 끝가지 보살펴주고
뒤따라가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있다.
남편은 물론 모른다.
혹, 알게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좋은 생각 중에서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공지 기타 컴퓨터로 TV보기 (지상파 및 종편)
공지 기타 신문 잡지 보기
493 유머 실수장면 모음
492 자유글 관 속에 누웠을 때
491 유머 재미있는 한자 file
490 사진 주요도시의 옛모습
489 사진 구름관중이 모였던 우리나라 최대 행사들
488 사진 청와대 역대 대통령 선물과 유품
487 유머 골프의 주체사상식 표현
486 건강 약 복용하면서 한번쯤 고민한 궁금증은?
485 자유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484 유머 행복할 때
483 기타 신기한 계산
482 건강 당신의 혈관이 깨끗해야 하는 이유
481 유머 한국언론의 현주소
480 사진 예쁜 꽃 분재
479 사진 자연이 만들어낸 기이한 현상들
478 자유글 당신의 인생을 네글자로 함축해드립니다.
477 유머 그림 감상
476 기타 유용한 사이트 접속하기
475 자유글 삶이란 그런 것이다
474 자유글 조선 명기(名技)들의 시(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