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수확을 얼마 앞두고 어느 날 갑자기 서리가 내렸다.
갑작스런 추위를 이기지 못한 포도들이 얼어붙으면서 포도농사를 망치게 되었다.
시름에 빠져있던 주인은 그래도 그것들로 와인을 만들 수는 없을까 생각하면서

쪼그라들은 포도들을 일단 해동했다고 한다.
녹이고보니 남아있는 수분의 양은 일반 포도의 1/8밖에 되지 않았다.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남은 포도즙을 발효시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일반 와인의 당분등급이 0 - 3이라면 아이스와인은 18 - 28이었다.
서리를 만난 포도들이 얼지 않으려고 수분의 양은 줄이면서 당분의 함량을 높여

빙점을 최대한 낮추려는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반 포도로는 만들 수 없는 귀한 와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요즘 읽고있는 유전의학서적 ‘아파야 산다’에 소개되어 있는 이야기다.
외부환경의 자극과 도전이 없으면 인간의 몸은 새로운 유전인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퇴화해 버린다고 한다.
지금 아파야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좋은 유전자가 후대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역설적인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기업도 사람도 갑작스런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래야 몸에 있던 수분도 빠지고 당분이 아주 단순하게 응축되어 내공이 쌓이면서

최상급의 명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법이다. 

아픔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아파야 변하고, 변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