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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착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 평생을 두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으며 남을 괴롭힌 적이 없었지요.
그렇게 살다가 그들은 때가 되어 죽음을 맞아 염라대왕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지요.
"그대들은 매우 훌륭하게 일생을 보냈소.
따라서 이곳에 머무를 필요 없이 곧바로 인간 세상으로 다시 내려보내주겠소.
그러니 그대들이 원하는 삶을 말해보시오."
노부부가 말했습니다.
"별다른 욕심이 없습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은가?"
"반드시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싶지는 않은가?"
"반드시 귀한 집안이라야 할 것도 없습니다."
"이상하구나. 모든 사람이 부귀를 바라거늘 너희는 왜 그것을 바라지 않는단 말이냐?"
이에 노부부가 말했습니다.
"대왕님, 그런 것들은 저희가 전생에 이미 누려 본 바입니다.
따라서 저희가 바라는 것들은 아주 조촐합니다.
그저 몸이나 아프지 않고, 가끔 책이나 읽으면서 화초를 가꾸고,때때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삶이면 족하겠습니다.
매일매일 편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고 담담한 마음으로 저녁을 보낼 수 있다면그것 이상은 어떤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염라대왕은 버럭 화를 냈습니다.
"그게 어찌 작은 욕심이란 말이냐?
그거야말로 욕심 가운데 가장 큰 욕심이 아니더냐.
그 욕심대로 된다면 나부터라도 당장에 염라대왕 노릇 그만두고 그런 삶을 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