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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빨래줄에 걸린 속옷과 같고
덕은 장롱 속에 넣어둔 속옷과 같다.
산들 바람만 스쳐도 대낮 하늘 밑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앞에서 재주라는 속옷은 나풀거린다.
그러나 장농속의 덕이란 속옷은 남의 눈을 피하여
그것을 입을 사람에게 추위를 면하게 해 주려고 항상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다.
덕은 한번 나타나면 반멸되고 두번 나타나면 없어져 버린다.
그러므로 덕을 앞세우면 차라리 덕이 없었던 것만도 못하게 되어 버린다.
이것을 공치사라고 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했다하여 생색을 내는 것은 무슨 꿍꿍이속이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고마운 마음을 얻지 못한다.
덕이란 무엇인가?
고마운 마음을 얻게 하는 것이다.
덕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입을 무겁게 하며 귀를 두텁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
그러나 덕이 마음속에서 나와 입을 통해 바람을 탈 때는
반나절 양지쪽 햇볕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