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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때 일이지요.

서울에서 내노라 하는 양반집 자제가 동경유학을 마치고 돌아 왔어요.

서양식 신사복에 중절모를 쓰고 백구두 까지 신었지요.

 

"아버님!! 소자 아버님 덕분에 동경유학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 왔읍니다" 하면서 업드려 절을 하는데

아버님은 심기가 불편한듯,

"어험 !! 어험 !!" 하면서 돌아 앉았어요.
"아버님 어디가 불편하신지요?"

"아니다!! 대저 양반집 자식이라면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해야 하거늘 너의 그 몰골이 무엇이냐?"

"아버님!! 요즘 신식 사람들은 다 이렇게 입고 다녀요"

 

"무슨소리냐? 너는 쓸개도 간도 없느냐?
조선사람이면 조선사람 옷을 입어야지. 신식이다 뭐다 해서 다 벗어 버리면 우리 조선이 어찌 되갰느냐? 어서 그 옷을 벗거라 !!"

아버님의 불 호령에 아무소리 못하고 대답을 하였지요.
"예 알았어요 아버님!!"

"그리고 그 발에 신은 것는 무엇이냐?"
"이건 서양사람들이 발에 신는 버선 비슷한 것입니다"

"에이구!! 버선도 아니고 흉칙하게 시리. 그것도 보기 싫으니 어서 벗어 버려라 !!"

"예 알았어요. 아버님!!"
이렇게 해서 서양식 정장을 벗어 버리고 우리 고유한복 바지 저고리를 입었다 하지요.

 

우린 여기서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이 입고온 서양식 신사복을 양복(洋服)이라 하지요.

그리고 그 아들이 버선대신 신고온 발싸게를 양말(洋襪)이라 하구요.

그럼 양복(洋服)과 양말(洋襪)이란 말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요?

사람들은 양복과 양말이란 말이 순수한 우리말인줄 알고 있지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양복과 양말이란 말은 한자어라 하네요.

 

원래 우리나라 옷은 의관(衣冠)이라 하여 옷 의(衣)자에 갓 관(冠)자를 썼지요.

그런데 옷 의(衣)자를 쓸때는 나들이 옷이나 예복일때 사용하던 말이었어요.

그러니까 평상복일 경우에는 옷 의(衣)자 아닌 옷 복(服)자를 사용했던 거지요.

그래서 서양에서 들어온 옷이라 하여 큰바다 양(洋)자를 앞에 붙여 양복(洋服)이라 했다 하네요.

그리고 우리 고유의 버선을 한자어로 말할때는 버선 말(襪)자를 써서 말이라 했지요.

그런데 서양에서 이 버선과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버선을 뜻하는 '말(襪)'자에

큰바다 양(洋)자를 붙여서 '양말(洋襪)'이라 했다 하는군요.

그러니까 양말이라는 말은 순수 우리말이 아니라 외래 한자어 이지요.

 

그 외에도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양' 자를 붙이거나 '서양'을 붙여 만든 단어들이 아주 많아요.

그래서 큰바다 양(洋)자를 서양 양(洋)자로 부르기도 하지요.

지금은 그 뜻도 잘 모르게 변한 것들도 있는데, 그럼 여기서 몇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1.양철(洋鐵)또는 생철(生鐵)

양철이란 말은 '철(鐵)'에 '양(洋)'자를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지요.

쇠는 쇠인데 원래 우리가 쓰던 쇠와는 다른것이 서양에서 들어오니까 '철'에'양'자를 붙여

양철(洋鐵)이라 부르게 되었지요.

더 재미있는 것은 이'철'에 '서양'이 붙어서 '서양철'이 되고 이것이 다시 변화되어서

오늘날에는 그냥 '생철(生鐵)'이 되었다고 하지요.


2. 양동이

우리말에 '동이'라는 것은 물긷는데 쓰이는 질그릇의 하나인 물동이 이지요.

그런데 서양에서 동이와 비슷한 것이 들어 오니까 여기에'양'자를 붙여서

'양동이'라는 말이 만들어 졌다 하네요.


3. 양순대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인데 서양에서 순대 비슷한 '소시지'가 들어 오니까

'순대'에다가 '양'자를 붙여 '양순대'라고 불렀지요.

그러나 지금은 원음 발음으로 '소시지'라고 부르고 있어요.

중국의 우리 동포나 북한 사람들은 이 '소시지'를 '고기순대'라고 부른다 하네요.

너무 잘 지은 이름 아닌가요?


4. 양은(洋銀)

우리가 70~80년대에 라면을 끓여 먹을때 가장 많이 사용하던것이 양은냄비 이지요.

양은은'구리, 아연, 니켈을 합금하여 만든 쇠'인데 이것이 서양에서 처음으로 들어 왔지요.

그런데 그 색깔이 '은'과 비슷하다 하여 '은'에 '양'자를 붙여 '양은(洋銀)'이라고 이름 지었다 하네요.


5. 양재기(洋磁器)

'양재기'는 원래 '서양 도자기'라는 뜻이지요.
우리의 옛날 밥상엔 모두가 하나같이 도기(陶器)나 자기(磁器) 밥그릇과 사발을 사용하였지요.

그런데 서양에서 가볍고 깨지지 않는 사발자기 같은것이 들어 왔어요.

그래서 '자기'에 '양'자를 붙여서 '양자기'라 했는데 여기에 '아비'를'애비'라고 하듯이

'이' 모음이 역행동화가 이루어져 '양재기'가 된 것이지요.


6. 양회(洋灰)

이 말도 앞의 '양순대'와 같이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지요.

70~80년대만해도 '세멘트'를 '양회'라고 했어요. '회(灰)'는 회인데 서양에서 들여온 회(灰)라는 뜻이지요.

이 말도 다시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7. 양행(洋行)

이 말도 오늘날에는 잘 쓰지않는 말이지요.

서양에 다닌다는 뜻으로 '다닐 행(行)'자를 붙인 것인데 옛날에 무역회사를 말하는 것이지요.

오늘날 '유한양행(有限洋行)'이라는 회사는 이때 만들어진 것이지요.


그 외에도 '양'자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들이 아주 많이 있어요.

양장(洋裝), 양궁(洋弓), 양단(洋緞), 양란(洋蘭), 양식(洋食) 양옥(洋屋), 양주(洋酒), 양초(洋肖),

양화점(洋靴店) 등등

또 양담배, 양배추, 양버들, 양잿물, 양코, 양파, 양놈, 양코배기. 양색시,양갈보 등등이 있지요.

어찌되었든 서양문물이 들어 오면서 생겨난 단어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깊숙히 스며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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