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한 나를 보고 아내는 '집사'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집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놀려대는 거다.
연로하신 어머니께서는 며느리 한테 '장로(노)님'이라 부르라고 말씀 하신다.
'장기적으로 노는 사람'이란 뜻이다.
가끔씩 만나는 친지나 친구들이 나에게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거안실업 회장'에 취임하였다고 말하면 거의 모두가 놀라면서 부러운 표정으로
'열이면 열' 뭐하는 회사냐고 꼭 묻는다.
그러면 나는 우리집 '거실과 안방만을 오가는 실업자 회장'이라고 말하면
서로가 즐겁게 웃어니 좋다.
아내는 또 나를 '마포불백'이라고 놀려 댄다.
즉 "마누라도 포기한 백수"라고...
어쩔 수 없는 '마포불백'이 되었으니 삼시세끼 밥이라도 잘 받아 먹으려면
현명하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구한 "생존비법"을 실천한 결과 즐겁게 살고 있기에 여러분들께 소개 하고자 한다.
첫째 :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命)
최선을 다한 후 아내의 명령을 기다리라.
둘째 : 인명재처(人命在妻)
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있다.
셋째 : 수신제가(手身제가)
손과 몸을 쓰는 집안일은 제가 하겠다.
넷째 :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
아내와 화목하면 매사가 순조롭다.
다섯째 : 지성감처(至誠感妻)
정성을 다하면 처가 감동한다.
여섯째 : 순처자(順妻者)는 흥(興)하고 역처자(逆妻者)는 밥 굶는다.
웃자고 꾸민 이야기이지만 늙어서는 부부가 '최고의 벗이고 동반자'이다.
부부는 마지막까지 생을 같이할 사람이니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참에 명함을 한번 만들어 볼 생각이다.
'거안실업 회장
홍 길 동'
얼마나 멋진 명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