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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스님은 수덕사 초당에서 거문고를 즐겨 탔다고 한다.
어느 날 한 스님이 만공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거문고를 타면 마음이 즐거워집니까, 슬퍼집니까?”
마침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만공스님은 찻잔의 물을 가리키며 스님에게 되물었다.
“이 찻잔의 물이 깨끗한 것이냐, 더러운 것이냐?”
“그야 깨끗한 것이지요.”
“자 그럼 내가 마신 찻잔의 물은 나중에 오줌으로 나올 것이다.
그것은 깨끗한 것이냐. 더러운 것이냐?”
스님은 이번에는 더러운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만공스님은 그 스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을 이었다.
“그 오줌이 땅에 젖어 물기가 되고 그 물기를 도라지가 빨아먹어 꽃을 피웠다.
그 꽃은 깨끗한 것이냐, 더러운 것이냐?”
“그 꽃은 깨끗한 것입니다.”
만공스님은 스님의 대답에 빙그레 웃으면서 한 소리를 했다.
“너는 물 한잔을 가지고 깨끗했다. 더러웠다. 마음대로 바꾸는구나.
보아라. 물은 원래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것이 찻잔에 담기면 깨끗해지고 오물통에 담기면 더러워진다.
같은 물이라도 이렇게 다르게 보이는 것이니라.
거문고 가락도 슬픈 사람이 들으면 슬프게 들리고
기쁜 사람이 들으면 기쁘게 들리는 것, 기쁘고 슬픈 것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