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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전구 다 쓸 때까지 남지않은 나의 수명.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은 "노환 입니다"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자명종 울리려면 멀었나 일어나서 기다린다.
연명치료 필요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 다닌다.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몇 가닥 없지만 전액 다 내야 하는 이발료.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산다.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변하는 나이.
젊게 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알다.
이봐 할멈! 입고 있는 팬티 내 것일세.
일어섰다가 용건을 까먹어 다시 앉는다.
분위기 보고 노망난 척하고 위기 넘긴다.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먹는 내복약에 쩔어산다.
자동응답기에 대고 천천히 말하라며 고함치는 아버지.
전에도 몇 번이나 분명히 말했을 터인데 "처음 듣는다! " 고.
할멈! 개한테 주는 사랑 나한테도 좀 주구려.
심각한 건 정보유출 보다 오줌 유출.
정년이다. 지금부턴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야지.
안약을 넣는데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린다.
비상금 둔 곳 까먹어 아내에게 묻는다.
경치보다 화장실이 신경 쓰이는 관광지.
손을 잡는다. 옛날에는 데이트, 지금은 부축.
이 나이쯤 되니 재채기 한 번에도 목숨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