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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벚꽃이 떨어지지 않고 항상 나무에 붙어 있다면
사람들은 벚꽃 구경을 가지 않을 것이다.
활짝 핀 벚꽃들도 한 열흘쯤 지나면 아쉬움 속에서
하나 둘 흩어져 떨어지고 만다.
사람도 결국 나이가 들면 늙고 쇠잔해져 간다.
사람이 늙지 않고 영원히 산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이 세상 가는 곳곳마다 사람들이 넘쳐 나
발 디딜 틈도 없이 말 그대로 이 세상은 살아있는 생지옥이 될 것이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아쉬워 하지 마라.
꽃도, 시간도, 사랑도, 사람도, 결국 사라지고 마는 것을···
사라져 가는 것은 또 다른 것들을 잉태하기에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
인생 칠 팔십이 되면 가히 무심 이로다.
흐르는 물은 내 세월 같고,
부는 바람은 내 마음 같고,
저무는 해는 내 모습과 같으니
어찌 늙어보지 않고 늙음을 말하는가.
육신이 칠 팔십이 되면 무엇인들 성 하리오.
둥근 돌이 우연일리 없고,
오랜 나무가 공연할리 없고,
지는 낙엽이 온전할리 없으니
어찌 늙어 보지 않고 삶을 논하는가.
인생 칠 팔십이 되면 가히 천심이로다.
세상사 모질고 인생사 거칠어도 내 품안에 떠 가는 구름들아!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탐 하리오.
젊을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