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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오래 서 있어보면
그 어둠이 점점 더 환해지고 더 이상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 찾아옵니다.
한밤중에 깨어나 갑자기 화장실을 갈 때마다...
커튼 까지 내려진 깊은 어둠 속에서 함께 잠든이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불을 켜지 못하고 더듬더듬 더듬어 화장실 문을 열어보면
그 칠흑같은 어둠은 앞을 가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완벽하게 깜깜한 세상만 보여줍니다.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별반 차이가 없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어둠 속에서도
아주 아주 조금씩 벽이 보이고 문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 머물면서 고요히 기다리면
그 속에서 열리는 새로운 세상이 있지요.
그래서 당황하지 않고 놀라지도 않고
익숙한 마음으로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립니다.
어둠속에 젖어 있어보면 그것이 주는 평화가 참으로 크게 와 닿기도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어둠 속에 놓이게 된다해도 조금 기다려 보면
내겐 또다시 편안하고 익숙한 지혜가 생겨나고
그 어둠이 때로는 휴식도 되는구나 싶습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놀라지 말기를
어떤 일이 다가와도 뒷걸음질 치지 말기를
어떤 일이 다가와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나의 그 순간들이 지나가기를 기꺼이 기다리는
그런 의연함과 용기가 좋아 보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