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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 살다가 버리는 집이 누에고치 집입니다.
6개월만 살다가 버리는 집이 제비들의 집입니다.
1년을 살다가 버리는 집이 까치들의 집입니다.
그런데 누에는 집을 지을 때 자기 창자에서 실을 뽑아 집을 짓고,
제비는 자기 침을 뱉어 진흙을 만들어 집을 짓고,
까치는 볏 집을 물어 오느라 입이 헐고 꼬리가 빠져도 지칠 줄 모르고 집을 짓습니다.
날 짐승과 곤충들은 이렇게 혼신을 다해 집을 지었어도
시절이 바뀌면 미련 없이 집을 버리고 떠납니다.
그런데 사람만이 끝까지 움켜쥐고 있다가 종래는 빈손으로 떠나게 됩니다.
사람을 위해 돈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돈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고 있습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이 있는데 너무 좋은 옷을 입으니 내가 옷을 보호하는 신체입니다.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집이 있는데 집이 너무 좋고 집안에 비싼 게 너무 많으니
사람이 집을 지키는 개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형상을 전도몽상(顚倒夢想) 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거꾸로 되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니까 의미의 노예가 되고 행복하지 못한 신세가 된 것입니다.
전도(顚倒)는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는 것이라 했고
몽상(夢想)은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꿈인 줄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사전에서 설명합니다.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
자연에서 모든 것을 잠시 빌려 쓰다가 두고 떠나가는 나그네라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