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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췌한 꼴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그녀의 목에는 종이 푯말이 걸려 있었습니다.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북한에서 돈 백 원이면 밀가루 빵을

             한 봉지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엄마가 밀가루 빵 한 봉지에

             자기의 딸을 팔겠다고

             써 붙이고 서 있는 것입니다.

 

             어린 자식을,

             그것도 빵 한 봉지 값에 팔다니..

             사람들은 너나없이 욕했습니다.

 

             저년 완전히 미쳤구먼.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어떻게 자식을 팔아!

 

             노인이 나서서

             어린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저 여자 네 엄마냐?

 

             어린 딸아이가 선뜻 대답을 못하자

             그들은 꼬집듯이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가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

             우리가 있으니깐 일없어, 어서 말해.

             어린 소녀가 마침내 일어섰습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어린 소녀아이는

             엄마 옆에 꼭 붙어 서며 말했습니다.

             맞아요. 울 엄마예요.

 

             사람들은 흥분으로 술렁댔습니다.

             야 이년아 아이를 팔겠으면 제대로 팔아라.

             개도 삼천 원인데 딸이 개 값도 안 되냐!

 

             입도 풀칠하기 힘든 세상에 누가 돈 주고

             아이를 갖다 기를 사람이 있겠다고……

 

             그러게 말이지.

             차라리 아이를 키워달라고 사정하면

             동정이라도 받겠다!

             백원으로 부자 되겠냐 미친년아!

 

             사람들의 고함 소리에도

             여인은 두 눈을 내리깐 채

             작은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큰 소리로

             아이에게 아버지가 없는지 물었습니다.

             다시 사람들은 조용해졌습니다.

 

             어린 딸아이는 좀 더 가냘픈 목소리로

             맥없이 중얼거렸습니다.

             아버지는 없어요. 먹지 못해서……

 

             여기까지 말하다가 어린 소녀는 갑자기

             머리를 치켜들었습니다.

             그리고 또릿또릿한 음성으로 소리쳤습니다.

 

             우리 엄마 욕하지 마세요.

             울 엄마 지금 암에 걸려서 죽으려고 해요.

 

             소녀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움찔했습니다.

             엄마가 죽어간다는 소리치는 딸아이의 목소리에도

             30대 여인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떨어뜨린 채 묵묵히 서있었습니다.

 

             그녀는 벙어리였습니다.

             암에 걸려 죽어가면서 딸을 위해 벙어리 엄마가

             선택한 것은 ‘내 딸을 돈 백원에 팝니다.’라는

             푯말이었습니다.

 

             적막이 흘렀습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목소리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모든 사연을 쏟아 놓으며 통사정이라도 했을 텐데…….

 

             이제 곧 죽어야 할 어미를 보면서

             흥분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침통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저여자가 죽으면 애는 어찌 사노?

             아주머니, 요즘 누구나 먹고 살기 힘든데

             남의 아이를

             돈 주고 데려다 키우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러니 이 돈 가지고 가시오.

 

             누군가 5백원을 꺼내 여인의 손에 쥐어주고

             대신 목에 걸린 푯말을 벗겨냈습니다.

 

             날도 찬데 아이 데리고 어서 가요.

             그러나 여인은 돈을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푯말을 목에 걸었습니다.

 

             500원보다 딸아이를

             부양해달라는 마지막 사정 같았습니다.

             자기는 그 돈에 살아날 목숨이 아니라는

             미 같기도 했습니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가겠소,

             나에게 돈 백원이 있소.

 

             백원으로 아이를 산다기보다

             당신 모성애를 사는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이때 한 사람이 나서서

             백원을 벙어리 여인의 손에 쥐어주고

             딸아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여인은 처음에는

             반사적으로 그 사람의 팔을 잡고

             안절부절 못하는 듯싶더니

 

             이내 손에 백원을 쥐고는

             사람들을 밀어내며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어미가

             아이를 버리고 달아났다고 생각했습니다.

             6살 어린 딸아이도 당황 한 듯싶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인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펑펑 울면서 숨차게 달려오기 바쁘게 여인은

             어린 딸 아이 앞에 무너져 앉으며

             손에 쥔 것을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를 판 백원으로 사 온 밀가루 빵을

             아이의 입에 넣어주고 있었습니다.

 

             필명 김은주 탈북자 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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