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환자 대하기
건강하게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이를 회피하기에 급급해 갑작스럽고 고통스러운 죽음을맞는 경우가 많다.
무의미한 치료에 매달리다 고통 중에 세상을 뜨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3~6개월후 같이 임종 시기가 예측된 환자도 며칠, 몇 시간을 앞두고
증상이 급격히 악화돼 별다른 임종준비를 못 하게 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환자와 가족이 ‘임종을 위한 준비’를 한다면
누구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PART 1. 품위 있게 생을 정리하는 법
품위 있는 죽음이란 무엇일까?
환자 자신이나 가족이 자유 의지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죽기 전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고 편안한 상태로 여생을 보내다
죽음을 맞이하는것 역시 품위 있는 죽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좋은 죽음이란 환자와 가족, 보호자가 피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소망을 존중받으며,
임상적·문화적·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 죽음으로 정의 내렸다.
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김시영 회장(경희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품위 있는 죽음이란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한 시점에서 치료에 매달리며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시간을 가져 주변을 정리하고 가족, 친구와 못다한 이야기를 끝낸 후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전 6개월은 삶 정리에 써야 사고를 당하거나 뇌졸중·심근경색 등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전체 사망자의 약 2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앓고 있던 병의 악화 속도로 추정해 자신의 기대 여명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대다수의 사망 원인인 암(癌)은 특히 더 그렇다.
서울성모병원 완화 의학과 김철민 과장은
“진행성 암은 사망 시기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며
“어떤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말기에는 사망 시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과장은“이때부터는 치료에만 집착하기보다 여생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보낼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마지막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라며 “최소 6개월 정도는 통증을 관리하면서
그 밖의 일상을 영위하고 삶과의 안녕을 고하는데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고 말했다.
말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기에 완화의료를 시작한 환자가 적극적인 항암 치료를 계속한 환자보다 생존 기간이
2개월가량 더 길었다는 미국 MD앤더슨 병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완화의료란?
호르몬치료, 표적항암치료등 적극적인 치료의 강도를 줄이고, 호흡곤란, 통증,무기력함, 불면,
섬망, 변비 등의 증상 치료에 초점을 둬 일상을 제대로 영위하도록 돕는 의료행위.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임종 장소는 어디일까?
바로 살고 있던 집이다.
김철민 과장은 “가장 편안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있는 가운데
세상을 뜨는 것이 환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증이 있다면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입원하거나
가정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임종 전 환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통증인데,
이를 집에서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에서는,
▲통증, 호흡곤란, 구토, 복수, 불면 등의 신체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와 가족의 불안이나 우울 등의 감정을 줄이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경감시키기 위해 영적인 돌봄을 하고
▲임종 과정을 환자와 가족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게 돕는다.
가정 호스피스는 환자가 병원 대신 집에서 이러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는 국가가 시범 사업으로 국내 17개 기관을 지정해
1년간 가정 호스피스에 건강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단,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치료를 받으려면 2인 이상의 의사에게 환자가
더 이상 저극적인 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 결정을 받아야 한다.
‘호스피스’는 무슨 뜻일까?
호스피스(Hospice)라는 단어는 ‘Hopes(손님)’, ‘Hospitum(손님을 맞이하는 장소)’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중세 서양에서는 성지인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가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아픈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머물 곳을 제공하고 간호해 줬는데,
이것이 호스피스의 모태가 됐다.
우리나라의 첫 호스피스는 '강릉 갈바리'의원이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입원비가 비쌀 것이라는 편견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2015년 7월 정부에서 말기암 환자의 호스피스 입원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현재 말기 암 환자는 호스피스를 이용할 때 하루에 약 1만8000~2만3000원만
부담한다.
가정호스피스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해, 병원의 1회 방문당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5000(간호사 단독 방문)~ 1만3000원(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모두 방문)이다.
호스피스 기관 운영 형태
병원형은 병원내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급성기 위기 증상관리 후에는 장기적 요양이 가능한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하고, 병원이기 때문에, 집처럼 편안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독립 시설형은 호스피스 병동만으로 구성된 독립기관으로 병원 중심 호스피스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입원과 돌봄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개 규모가 작아,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어렵고, CT 등의 전문적인 검사장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시행하는 신경절단술 등의 치료는 불가능하다.
가정형은 병원의 호스피스팀이, 환자의 가정으로 직접 방문하는 방법이다.
비용 대비 효과적이고 편한 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발생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처치하기 어렵다.
PART 2. 임종을 앞둔 환자를 대하는 법
환자의 죽음은 자신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낯설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방법을 알고 노력하면, 환자가 삶을 좀더 안정된 심리 상태에서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의 대화 수칙
‘항상 사실을 말한다.’
‘환자가 알고자 하는 것은 알리고, 모르고자 하는 것은 알리지 않는다.’
화순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는
“여명이 6개월 정도 남은 말기 암 상태일 때는 환자에게 상황을 숨기지 말고 알려줘야 한다”며
“그래야 생전에 갈등을 풀고 싶었던 인간관계를 정돈하고,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그것은 환자의 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말기 암 환자에게 가족이 사실을 그대로 알리는 경우가 겨우 50%에 불과하다.
단, 환자 자신이 병의 진행 상태를 알고 싶지 않다고 할 때는, 알리지 않아야 한다.
이것 역시 환자의 권리로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환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과 의료진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옆에서 보살펴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환자가 외롭지 않도록, 자주 대화를 나누고 지켜보는 게 좋다.
임종 환자에게 가족이 해야 할, 다섯 마디 말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나를 용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녕.”
“호스피스는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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