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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오랫만에 벗이 찾아 왔다.
얼마나 그리웠던 친구였으랴.
두 친구가 주안상 마주하고 술부터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네. 술 한 잔 받으시게"
“반갑게 맞아주니 정말 고맙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이렇게 잔을 주고받는 것을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왁자지껄한 고갯마루 주막집 마루에 몸이 건장한 장정 서넛이 걸터앉아주안상을 받는다.
한잔씩 나눈 뒤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 잔 할랑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주모가 “허튼 수작(酬酌) 말고 술이나 마셔"한다.
수작(酬酌)은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고 받는 것이니 '친해보자'는 것이고,주모의 말은 ‘친한 척 마라. 너 하고 친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도자기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병을 이 정도 기울여 요만큼 힘을 주면...' 하며 천천히 술을 따른다.
이것이 짐작(斟酌)이다.
짐(斟)은 ‘주저하다’ ‘머뭇거리다’ 는 뜻이 있다.
따라서 짐작(斟酌)은 '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우선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작정(酌定)'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친다.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오랜만에 찾아온 벗이라 해도 원래 술을 많이 못하는 사람이라면,마구잡이로 술을 권할 수는 없다.
나는 가득하게 받고, 벗에게는 절반만 따라주거나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서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 '참작(參酌)'이다.
판사가 형사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때'정상 참작(情狀 參酌)해 작량 감경(酌量 減輕)한다' 라는 말을 쓰는 것도술을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니 술 한잔에도 여러 의미가 있음을잘 알고 마시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