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기생이 염라대왕 앞에 불려왔는데
"너는 생전에 한일이 뭐냐?"

"저는 얼굴 단장하고 고운 옷입고서 놀기 좋아하고 돈잘 쓰는 자들에게 앞으로 맞아드리고

뒤로 보내며 상쾌하고 요염한 자태를 갖추어 돈을 벌어 생활해 왔습니다."
"음 해롭지 안았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일이니 마땅히 낙토에 들어가 환생토록 하라."

염라대왕이 대도 조세영에게 묻는다.

"저는 거액의 세금을 꿀꺽 해버린 정치하는 놈의 집을 찾아가 재물을 훔쳐다

쓰고 남으면 가난한 사람도 주었습니다."

"음~~ 좋은일 했구나. 너도 낙토에서 환생하도록 하라."

"다음 허준 넌 뭔 업적이있었느냐?"
"저는 소오줌 말똥 질경이 각종 산약초 등을 두루모아 널리 만병을 구제하여

그 보수로 생활해 왔습니다."

이에 염라대왕이 발끈하여

"근래에 잡아오도록 명하면 거역하 놈이 부쩍 많더니 바로 네놈이 늦게 보냈구나.

저놈을 빨리 지옥으로 압송하라."

이에 허준이 기생과 조세영을 돌아보며
"우리집에 꼭 들려서 내 마눌은 기생질이나 하라 하고

내 자식놈은 도둑질이나 배워서 지옥만은 면케 해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