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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장대 비가 쏟아졌다.
털보는 밭으로 일하러 나가지도 못하고 방안에 틀어박혀 뭉그적 거렸다.
아무 할일 없이 방안에 누워 있자니 슬며시 그 짓(?)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비가 와서 아들 놈이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저 놈이 죽치고 있으니 어찌 할꼬? 아무래도 저 녀석을 밖으로 내보내야겠다."
털보는 큰 기침을 하고 아들에게 말했다.
"너 건너 마을에 심부름 좀 다녀오너라.""동철이네 집에가서 쟁기 좀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 줄거다."
"아버지 ! 이렇게 비가 오는데 어떻게 가요?"
"허허 ! 저놈 말하는것 좀 봐, 애비가 시키면 당장 갔다올 것이지... 무슨 말대꾸여?"
"알았어요."
아들은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하는수 없이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들이 나가자 털보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마누라와 일을 시작했다.한참 몸이 달아오르고 있을 때, 갑자기 문밖에서 아들놈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털보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놈아! 심부름은 않고 거기서 뭘 하고 있어?"
털보의 고함소리에 아들은 투덜거리며 대답했다."이렇게 비가 오는데 그 집이라고 그 짓을 안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