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엽 홍서봉의 어머니 유 씨는 어우야담을 쓴 유몽인의 누이이자
어깨너머로 글을 깨쳐 시문에도 능한 이른바 지식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그녀는 직접 어린 아들을 가르쳤는데
아들이 이따금 학업을 게을리하는 눈치가 보이면 엄하게 훈계하며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너는 불행하게도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다.
사람들은 아비 없이 자라며 버릇이 없다고 손가락질을 하기가 일쑤다.
나는 네가 그런 아들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고는 회초리를 비단보자기에 싸서 장롱 속에 간직하며 말했습니다.
“이 회초리는 장차 우리 집안의 흥망을 좌우할 것이다.
나는 이 회초리를 들면서 피눈물을 흘렸지만,
네가 커서 이걸 보면 이 어미를 고맙게 여길 것이다.”
부인은 또한 글을 가르칠 때마다 아들과의 사이에 병풍을 쳤습니다.
이를 본 마을 사람이 이상하게 여기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미와 자식 사이는 아버지처럼 엄격할 수가 없는 법이오.
이 아이가 너무 영리해서 글을 잘 외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쁨이 얼굴에 나타나게 된다오.
그래서 자칫하면 아이에게 교만과 자만심을 길러 주겠기에
내 얼굴을 못 보게 하는 것이라오.”
이런 비장하고도 엄한 어머니에게서 교육을 받은 홍서봉은
훗날 조선 중기의 문필에 뛰어난 문신이자,
영의정을 지내는 훌륭한 재상이 됩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 부모님들의 자녀교육 열정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훈계 없는 교육은 지식을 가르칠 수는 있어도 인성과 인품은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뛰어난 사람이기보다 따뜻한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 그것이 ‘최고의 교육’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