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농부가 딸을 부자 집에 시집보내놓고, 딸이 잘 사는지 너무 보고싶어 딸네 집을 찾아갔다.
입을만한 옷도 없어서 한겨울에 홑바지에 두루마기만 걸치고 사돈집에 갔다.
저녁상에는 진수성찬을 차렸는데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기름진 음식으로 배탈이 났는지 뱃속에서 우르릉 쾅쾅, 하더니 설사가 나서 그만 참지 못하고
바지에 조금 싸버렸다.
몰래 바지를 벗어 둘둘 말아서 방문 밖에 내놓고 알몸으로 잘 수가 없어서 두루마기를 입고 잤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이런 망할 놈의 개가 냄새를 맡고 바지를 물고 가버렸다.
바지를 이리저리 찾다가 보니 빨래 줄에 바지 같은 것이 있어서 급한 김에 입었다.
이때 잠이 깬 안사돈이 일어나서 빨래 줄에 널어놓은 고쟁이가 어디 갔다고 중얼거리며
찾고있었다.
'아차, 큰일났구나 얼른 집으로 도망가야겠다.' 하고 허급 지급 나오다가 미끄러져
마당에 벌렁 자빠졌다.
안사돈이 놀라 달려와 보니 안사돈의 고쟁이를 입은 바깥사돈의 벌린 가랭이 사이로
거시기가 쑥- 나와있는지라.
안사돈이 놀라 "내 고쟁이를 어찌 사돈께서 입어셨습니까?"
바깥사돈까지 나와서 고쟁이 사이로 삐져 나온 거시기를 보고
"허허..이 추운 엄동설한에 그것을 왜 꽁꽁 얼리고 게시오?" 했다.
마당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딸까지 나왔다.
이런 개망신이 어디 있을까 하고 고개를 못 들고 있는데 딸이 아버지를 붙들고
대성통곡을 하며 하는 말,
"아버지 이제 됐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저는 잘 살 것입니다.
가난한 집 딸인 제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간다니까,
아버지가 저를 위해서 점쟁이에게 점을 봤더니 아버지가 사돈집에 가서 큰 망신을 당하면
딸이 액땜을 하고 잘 산다고 해서 아버지가 이렇게 일부러 망신을 당하시는군요.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아버지 덕분에 액땜도 하고 잘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랬더니 사돈 내외가 그 말을 듣고는 모두 감탄을 하며
"이렇게 자식 사랑이 큰 아버지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하면서 눈물까지 글썽거렸였다.
이어 깨끗한 옷 한 벌을 내다주면서
"사돈어른, 걱정 마십시오. 우리 며느리 행복하게 살도록 해 주겠습니다.
이런 훌륭한 아버지의 딸인데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 것입니다. 염려 마십시오"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자 생각했다.
'내 딸이 천하에 둘도 없는 효녀로구나,
아버지의 망신스러운 실수를 액땜이라고 둘러대어 위기를 모면하게 해 주다니
세상에 이런 딸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참으로 효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