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prev 2024. 03 next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어느곳에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았습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였습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에게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과도 같았습니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했습니다.

 

어느 날 그 남자는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했습니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했습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셋째는 말합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 없습니다.' 라고

 

그는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넷째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갔습니다.

 

이 글은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내'들은 '살면서 아내처럼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첫째 아내는 육체를 비유합니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합니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 못합니다.

 

셋째 아내는 일가 친척, 친구들입니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문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버릴 것이니까요.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뿐입니다.

어두운 땅속 밑이든 서방정토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던 마음이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고요,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 다니던 밝고 환한 길이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짓느냐가 죽고 난 뒤보다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공지 기타 컴퓨터로 TV보기 (지상파 및 종편)
공지 기타 신문 잡지 보기
2754 자유글 시시포스의 돌
2753 사진 충격적인 20세기 보도사진
2752 자유글 세월은 도둑놈
2751 건강 간단한 근력 노쇠 예측
2750 자유글 2018년 예언 11가지 - 크레이그 해밀턴 파커
2749 자유글 스승은 가까운 곳에 있다
2748 사진 설악산의 가을 풍경
2747 사진 외국 사진작가 작품선
2746 자유글 아무리 후회한들
2745 자유글 말의 습관
2744 자유글 원칙을 세우고 지켜라
2743 사진 시선을 끄는 조형물
2742 자유글 삼사일언 (三思一言)
2741 자유글 무소유란?
2740 자유글 포기하지 말고 간절해져라
2739 유머 부처님 국적은 어디일까?
2738 자유글 꿈꾸다 가는 인생
2737 자유글 내 인생은 나의 것
2736 자유글 부족함과 행복
2735 사진 청송 주산지의 가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