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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것이 많이 나거나 간직되어 있는 곳을 보고(寶庫)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가장 많은 귀중품이 간직된 곳은 단연 인터넷이다.

아니 인터넷은 희귀하고 다양한 매장물(treasure trove)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그것을 알면 노다지를 캔다. 일반적으로 그것을 데이터라고 말한다.

최근 발견된 귀한 자료가 <끝난 사람>이라는 우치다테 마키코 (内館牧子)가 지은 책이다.

 

요즘 세상은 고령사회(Aged society)인 것을 알게 하고 그런 세상의 내일에 도전하게 한다.

고교 동창회에 몇십 년 만에 가보면 공부 잘했던 친구들은 그저 그렇게 월급쟁이나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말썽쟁이 친구들 중 몇몇은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고 술값을 도맡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은퇴를 하고 나면 젊은 시절에 수재 소리를 들었든 못 들었든,

미인이었든 아니든, 일류 기업에 근무했든 아니든 은퇴 후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끝난 사람’이 되고 나니 다 똑같았다.

일렬횡대(一列橫隊)다” 라고 말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형은행에 입사해 한동안 승승장구하다

임원 진급에 실패해 자회사로 좌천된 이후 정년을 맞이한 인물이다.

 

회사는 젊은 직원을 엘리트라고 한껏 띄우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냉혹한 곳이다.

그에게 정년 퇴직은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과 다름없다.

그는 은퇴 후 모두가 똑같아질 것을 알았다면 자신이 왜 도쿄대 법학부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은행에서 출세하려고 아등바등 몸부림을 쳤던가 후회한다.  

누구의 말처럼 “떨어진 벚꽃, 남아 있는 벚꽃도 다 지는 벚꽃”인 세상이다.

 

그는 취미로 도자기를 굽는다든가, 수제 메밀국수를 만드는 일 따위로 허전함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끊임없이 일을 찾아 나선다.

삼시세끼 밥을 챙겨줘야 하는 아내의 따가운 시선,

문화센터에서 만난 여성과의 어설픈 로맨스,

대학원 공부, 젊은 벤처사업가의 뜻밖의 제안까지 좌충우돌하는 그의 삶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이 책은 일본의 50대 이상의 독자들로부터 “나 자신이 벌거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 무섭고 리얼하다” 는

평을 받았다.

일본에서 2015년 출간돼 15만 부 이상이 팔린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소설은 ‘품격 있는 쇠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60대가 넘어 복싱 심판으로 일하는 친구를 부러워한다.

그 친구는 자신보다 학벌도, 직장도 좋지 못했지만 40대 중반부터 취미로 즐기던 복싱 심판 자격증을

땄던 것이다.

 

지금은 은퇴 이후의 삶이 무척 길어진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미 젊은 한 때의 부귀공명을 위해 피투성이가 되는 반짝 인생보다 은퇴 이후의 삶이 훨신 길다.

그런데 그 은퇴라는 것이 시작하자마자 일렬횡대(一列橫隊)라는 말이다.

젊음이 다 털리고 옆으로 나란히 하여 시작되는 새로운 여정이라는 말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 같은 은퇴(retire)가 아닌 새로운 재기의 은퇴

(re-tire, 바퀴를 갈아 끼우는)가 되게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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