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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강서구에 있는 한 요양원(療養院)에 다녀왔다.
한 참을 앉았다 나올 때는 마음이 어두웠다.
                                                                           
그곳에 계신 분은 나이 먹은 아들보고 계속하여 집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아들은 엄마가 여기서 좀 나으면 집에 가게 해 주겠다고 대답하였다.

요양원은 말 그대로 요양하는 곳이지 치료하는 곳이 아니다.
그걸 잘 알면서도 60이 갓 지난 아들은 그렇게 둘러대며 엄마의 간청을 피해갔다.
그 아들은 요양원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아파트와 빌딩을 가로채었다.

 

말이 좋아서 요양원이지 현대판 ‘고려장‘ 지내는 곳이다.
옛날에는 지게에 아버지나 어머니를 지고 장(葬)터로 갔고 21세기에는 승용차로 모시고 장터로 간다.

많은 입원 노인들이 집에 가고 싶어서 가족들이 보고 싶어서 없던 병이 생기겠다고 푸념을 하고 또 한다.
그러나 자식들은 들은 척도 아니하고 제 새끼들 돌보는데 열과 성을 다한다.

그러나 그들은 고려장 지낸 할머니 면회 가는 것은 너무나 꺼린다.
맞벌이 하느라 바빠서, 전업주부는 시부모 보는 것이 싫어서, 딸들은 그 많은 재산 오빠에게

다 주었다고 화가 나서 안 온다.

그래서 아들 딸 며느리가 면회 오는 것조차도 수돗물이 천천히 끊기듯 그렇게 끊어진다.


매달 내는 입원비는 요양원에 송금해 주면 된다.

다만 찾아가서 눈길 마주치는 일이 괴롭다.

조금은 부끄럽고 미안하다.
어떤 아들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어떤 효자(?)는 요양원에 돈을 좀 보내고 이민가 버렸다.

 

많은 노인들이 집에 있을 때 자식들한테 학대를 받았다.
아들한테 폭력을 당하기도 했고 온 가족한테 따돌림도 당했다.
손자 손녀들은 자기 엄마 아빠이외에는 친척이 아니라고 빈정거렸다.

부모가 재산이 있으면 가장 많이 부모를 찾고 재산이 없으면 가장 적게 찾는 것이

한국의 자녀들이라고 쓴 어느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자식은 부모의 재산을 빨아먹는 거머리인가?

남편 없이 저들을 먹이고 공부 시키느라 온갖 고생을 다 하고 남은 재산이라고는 자그마한 아파트 한 채.
그것도 아들이 가져가고 빈털터리가 되어 병들어 누었을 때 아들은 이 요양원이라는 곳에 던지고

가버렸다.

 

연어가 북빙양을 여행하다 수천 킬로 떨어진 남대천에 회귀하여 알을 낳고 그 위에 엎어져 죽는다.
자기 시신이 새끼가 될 알들의 영양분이 되라는 죽음을 뛰어넘는 모정의 발현이다.

사람은 연어가 아니다.
그러나 요즈음 자식들은 부모가 어미 연어가 되기를 강요한다.
그래서 많은 늙은 부모들이 남대천 연어처럼 생을 마감한다.

 

세 끼 밥은 나오는데 식반에 담긴 밥은 어린아이 주먹만 하고 반찬이래야 늘 나오는 미역국 아니면

시래기 국 두부 찜 이갠 것 조금, 시어터진 김치 몇 조각이다.

특식으로 나오는 햄, 소시지, 소고기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쓴 다고 하였다.
다시마 콩나물도 마찬가지였다.
원장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사료로 쓴다고 하면서 도매상에서 가져 온다.

 

이게 국민성과 관계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요양원에서만 이런 비인도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저들도 자기 자식들을 키울 것이다.
저런 못된 짓을 하는 것은 자식들에게 닭 대신 뱀을 먹이는 것과 같은데 머리 좋은 원장은

왜 이 간단하나 중요한 이치를 모를까?

썩은 고춧가루에 물감을 섞어 정품으로 팔고, 중국 쌀을 한국 쌀이라고 속이고, 대구를 동태찌개에

섞는 등 이 밤이 다 지나도 우리의 가짜 행진은 끝나지 않겠다.

그런 불량한 반찬도 적다고 밥도 적다고 노인들이 늘 불만이라 하였다.
한 끼에 최저 2천원이라 하는데 그 식비에서 많이 남긴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알 것도 같다.

 
반찬은 몽땅 사료용 식재료를 사용하면 2천원 해도 거의 다 남지 않겠나?

이런 원장들은 천벌을 받아야 하는데 이 세상은 잘 하는 사람이 잘되고 못 하는 사람이 못 되는

그런 교과서적인 데가 아니라 대체로 그 반대이다.

돈 버는 사람들 보면 돈 앞에서는 무척이나 사납고 악착스럽다.
요양원 원장처럼 사료를 써서 돈을 버는 그런 식의 부자들이 우리 주위에는 적지 않다.

내가 시골에 살 때 우리 마을에 요양시설이 들어왔는데 샌드위치 페널로 논바닥에 지은 요양원,

어느 때는 콩나물국만 계속주고 어느 때는 단무지만 주고 먹던 것을 주고 또 주고....
그래도 입원한 노인들은 가족이 오면 입도 뻥끗 못한다고 하였다.

 
그랬다간 나중에 혼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원장은 돈을 많이 벌어 집을 크게 또 지었다.

원장이 목사 부인인데 돈을 너무 밝혀 마을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요양원은 세우면 돈이 쏟아진다.
노인들을 미끼로 해서 요모조모로 뜯어내는 돈이다.

요양원 요양병원이라는 ‘고려장 터’ 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많다고 한다.

 

허가가 아니고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고 노인들을 미끼로 국가에서 그리고 환자 가족에게서

뜯어내는 돈이 쏠쏠하다.

간호사가 없는데도 있다고 속여 24개월이나 간호사 월급을 빼먹은 요양병원. 
의사인 며느리를 상근 의사라고 속여 수 억원을 빼먹은 요양 병원,

이 병원은 비리의 백화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노숙인을 감금하고 요양 중인 환자라고 하는 병원.
불이나 요양인 수 십 명이 불에 타 죽은 한 요양병원은 600억 원이나 착복하였다.
우리의 피 같은 세금이 이 동네에서 눈먼 돈으로 날라 다닌다.

노인들이 계속 집에 보내 달라고 또는 아프다고 귀찮게 굴면 “손을 본다” 는 요양소 직원의 말.
묶어놓고 때린다는 것을 “손 본다” 는 조폭의 언어를 쓴다.

 
노인이 그 고려장터에 들어가면 아이 취급을 받으면서 서서히 또는 서둘러서 세상을 뜬다.

복도도 좀 널찍하고 마당도 있어 휠체어를 타고 바깥바람도 쏘이고 꽃밭의 꽃도 감상하고

간단한 놀이 프로그램도 있어 수용자들의 꽉 막힌 숨을 터 주어야 하는데

선진국에서는 그런 규정이 엄격하여 노인들 편의시설 놀이 프로그램 등이 잘 갖추어 있다는데

여기서는 도심지 지하 노래방 2층, 상가 2층의 당구장이나 교회 옆에 있어 사무실이나 창고처럼 보인다.
산책로도 휠체어는 꿈도 꾸지 못한다. 한국의 고려장터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죽음의 대합실이다.

 

고려장터에 황혼이 오면 아직 정신이 멀쩡한 노인들은 집을 그렇게도 그린다. 
물론 가지도 못 하는데도 아들이 또는 딸이 하루 빨리 찾아와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아들도 며느리도 손자 손녀와도 함께 텔레비전 보며 옛날처럼 이 얘기 저 얘기 나눌 것이라고 기대에

부푼다. 
그러나 자기를 집으로 데려가는 아들도 딸도 없다.

토요일이 오면 아들은 자기 아내와 아들과 딸을 데리고 저녁에 그 비싼 한우 갈비 집에 가서 아내와는

즐겁게 축배를 들고 자식들과 함께 갈비를 뜯는다. 겨울이 오면 가족 모두 스키 타러 용평으로 간다.

고려장터에서 죽어가는 어머니를 잊었다.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고려장터에서 돌아가면 즉시 대형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기고 동생들 부르고

여기저기 부고 보내느라 바쁘다.
문상객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느냐고 물으면 연로하셔서 돌아갔다고 하고 어디서 돌아가셨느냐고 하면

장례식 치르는 병원이라고 속인다. 체면 때문에 저절로 터지는 거짓말이다.

3일 장이 끝나면 화장하고 화장장에서 주는 뼈단지를 받아서는 돌아오는 길에 어느 산기슭에

훌훌 뿌린다.

 
그리고 연못에 돌을 던지면 물의 파동이 일었다 조용해지듯이 아들네 집은 아무 일 없었다.
천덕꾸러기 할머니는 이 세상에 자취가 없다.

지금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꼴찌다. 9300년 후에는 인구가 5만 명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우리 인종 자체가 전멸한다는 얘기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이 불행한 고려장 문화이다.

서럽고도 괴로운 고려장 당할 줄 알면서 누가 결혼을 하고 또 결혼을 해서 새끼를 낳겠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부모를 공경하던 나라가 가장 천대하는 망나니 공화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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