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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을 때 인간은 비로소 죽는다"라는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얼마 전

104세의 나이로 안락사,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화제가 됐다.

그는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가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약"이라

불리는 넴퓨탈 정맥주사 밸브를 직접 열었다.


20년 전 고령이라는 이유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삶에서 여행이 박탈된 순간 더 살아야 할 이유마저

은 것이다. 그는 사회와 질병이 더 간섭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내가 나를 어찌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육체가 나를 배반하여 내가 나를 움직일 수 없게 되기 전에

삶을 끝냈다.

 

죽음의 순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졌다.

그 기사를 읽고 나는 너무나 통쾌해 박수를 쳤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

인간의 굴종을 즐기는 오만한 죽음에 통곡과 음울한 장송곡 대신 환희의 송가라니!

이길 수 없는 죽음을 이기는 법. 이 역설적 가능성을 구달박사에게서 보았다.

인생을 마치 야구 선수가 은퇴하듯 그만뒀다.

2군을 전전하며 구차하게 선수 생명을 유지하다 등 떠밀려 유니폼 벗는 게 아니고 아직 근사할 때

자신의 마지막을 직접 결정했다.

 

죽음이 인간을 무릎 꿇려 데려가기 전에 인간이 먼저 죽음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간 것이다.

죽음의 외적 현상일 뿐인 부재와 소멸에 겁먹지 않는 의연함이 없으면 못할 일이다.

나는 죽음보다 "산송장"이 되는 일이 더 두렵다.
살아있어 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게 됐을 때 죽음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호흡만 겨우 유지하는 억지 장수까지 평균수명에 포함시킨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우리 인생만 해도 죽음이라는 바윗돌을 등에 짊어지느라 불안하고 초조한 데 사회마저 죽음으로 인한

피로도가 높다.

연명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와 인력은 물론이고 과도한 장례 비용과 절차, 묘역이나 납골당 등 시설에

소비되는 제반까지 다 죽음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또 무겁게 여기는 풍조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와 엄숙함에서 조금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꾸 외면하고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삶 안으로 불러들여 친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구달박사 같은 사례가 생길 수 있을까?
작년부터 시행된 "존엄사법"이 "웰다잉" 문화확산의 첫걸음일 것이다.

나는 요즘 한국판 "환희의 송가"를 즐겨 듣는다. 경쾌해 어깨가 들썩거린다.

요양원 환자인 한 할머니가 무시로 흥얼거리는 정체불명의 노래를 편곡한 것이다.

 

"다 살았네. 다 살았어. 나이는 많고 다 살았네.
죽을 날만 기다리니 얼쑤.

어서 어서 죽어 저승으로 가서
우리 아들 딸 훨훨 날게 해주시여"

 

죽음도 환희와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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