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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그 푸르든 꿈 미처 접기도 전에 단풍은 물들고 낙엽지드니
몰아치는 북풍한설에 또 한해가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돌아보면 저만치 밀려난 그 삶은 희미한 흔적이 되어 가슴 저미고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만 삐죽이 고개 내밀며 안타까움을 더하는데...
숨 돌릴 겨를 없이 스쳐간 그 세월의 파노라마만이 덧없는 삶의 의미를 만들며
미결의 화두로 내게 던져집니다.
무엇을 향해 그 많은 날들을 달려왔는지...
무엇을 얻으려고 그 많은 날들을 바둥거렸는지...
무엇을 얻으려고 그 많은 날들을 괴로워했는지...
이제 와서 생각하면 부질없는 허무 앞에 씁쓸히 웃음 지으며
나도 몰래 눈시울 적시고 가버린 그 세월 앞에 비로소 아쉬워합니다.
그게 인간인가 봅니다.
운명이라 자조하며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끝없는 탐욕 속에 묻어버린 그 세월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달았을 때
"나"는 이미 피안의 언덕에 올라 눈물짓는...
그렇게 어리석음이 인간의 참 모습인가 봅니다.
이렇듯 허무와 아쉬움 속으로 한해의 그림자는 드리우고
잠시 돌아왔던 나는 또 다시 까만 망각 속에 던져진 채
다가오는 새해의 깊은 늪속으로 정신없이 빠져 들겠지요?
어차피 "나"는 명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속인이거늘
어찌 선승의 해탈을 훔치겠습니까?
그저 가는 해의 아쉬움에 젖어 잠깐 "나"는 누구일까 자문해 본 것 일뿐
남은 삶이나마 헛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