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명이 늘어나 더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지만,
더 축복받은 삶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개인과 가족,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실제 통계에 의하면 100세까지 사는 노인은 0.2-0.4%이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운동을 하고 호의 호식하며 산다고 해서
100세까지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사는 동안 열심히 사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다.
아무리 열심히, 오래 살려고 해도 몹쓸 병에 걸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돈이 많다고 해서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오래 사는 것도 아니다.
사는 동안 자기 몸을 잘 관리하면 몇 해 더 사는 것에 불과하다.
인간이란 잘 사는 만큼 죽는 것도 남 보기 싫지 않게 마무리를 깨끗이 해야 한다.
어느날 경북 청송에 사는 88세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는 83세의 아내를 승용차에 태우고
마을 저수지에 차를 몰아 동반 자살을 했다.
그분은 경북 최대의 사과농이고 같이 사는 자식도 곁에 있다.
그런 그가 왜, 자살을 했을까?
만약 자신이 아내보다 먼저 죽으면 병든 아내의 수발을 자식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남긴 유서를 읽어 봐도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슬픈 결심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유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미안하다. 너무 힘이 든다.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했다‘ 고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식과 손자들 이름을 적으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
이 할아버지는 자살만이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는 하루, 이틀 생각하고 내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노부부의 비극을 뉴스로 들으면서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나도 한때, 자살을 생각해 본 일이 있다.
작년에 눈길에 미끄러진 후 3일을 방안에서 꼼짝 않고 누워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이 아팠다.
이러다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바로 완쾌되면 모르지만 오래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
자식들에게 큰 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 만큼 살았으니 더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죽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자식들에게 힘든 일을 맡겨 두고 가도 비겁할 것 같았다.
그래서 털고 일어나 다시 병원으로 향했었다.
노인이란 작은 일에도 상심하고 눈물이 많아지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희망보다 절망적이 되기 쉽기때문이다.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부분은 천명에 맡기는 것이
인간이 이 땅에서 할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