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여 화가가 되고 싶어 했으며,
여자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문화인이었습니다.
그는 역사 철학 예술 등 각 방면의 책을 즐겨 읽었으며,
음악적 재능 또한 대단했습니다.
특별히 그는 오페라를 무척 좋아하여 바그너의 작품인 ‘트리스탄과 아졸대’를
마흔 번이나 보기도 했습니다.
그가 군대에 있었을 때 그는 길 잃은 강아지를 붙잡아 ‘푸크슬’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으며
그 강아지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그의 강아지를 훔쳐가 버리자 그는 슬픔에 잠겨
며칠 동안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정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특별히 어머니를 사랑하여 서른네살 때에 자기 어머니에 대한 훌륭하고 아름다운 시를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으며,
그의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려 병상에 누웠을 때도 두 달 동안 병상을 지키며
어머니를 극진히 간호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그는 자신이 직접 그린 어머니의 초상화를 죽을 때까지 간직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 이름을 들으면 아마 놀라실 것입니다.
바로 역사 속에 가장 악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는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줄까요?
인간은 아무리 선하게 행동하더라도 그 속에 너무나 무서운 악의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예힐 다누어라는 사람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생존자였습니다.
그는 유대인 대학살을 주동한 최악의 전범자 중의 한 명인 아이히만의 만행을 증언하기 위하여
1960년 전범 재판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판장에 들어선 그는 아이히만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채 흐느껴 울었다고 합니다.
그가 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누어는 수용소에서 아이히만의 잔혹성에 몸서리를 치면서
그가 악마와 같이 끔찍한 사람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히만은 악의 화신이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같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인간임을 깨달았을 때
큰 충격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는 나중에 CBS의 ‘60분’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가 느낀 감정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내 자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그와 똑같이 그런 잔인한 짓을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