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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기사들은 종종 혼자서 바둑을 두기도 합니다.
바둑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혼자서 어떻게 바둑을 두는지 의아해하지만
그 바둑기사는 복기를 하는 중입니다.
복기는 이미 끝난 바둑의 승부를 그대로 바둑판 위에 한 수씩 재현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승리와 패배를 다시 분석하여 차후 승부에서 밑거름을 삼기 위해서이고,
때로는 명인의 명승부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복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통 한 번의 승부에 두는 수는 평균 400개입니다.
그러니까 복기를 하는 바둑 기사는 400번의 착점을 모두 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자기와 상대방이 두는 순서까지 기억하며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데
바둑 기사들은 이 복기를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10년 전에 둔 바둑이나 유명한 기사들의 명승부도 외워서 복기를 하곤 합니다.
언젠가 이 점을 신기하게 여긴 기자가 프로기사에게 복기가 가능한 이유를 물었는데
그중 한 명이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대국을 할 때 한 수 한 수 모두 의미를 가지고 둔 돌들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첫수만 기억하면 나머지 수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선택이 계속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입니다.
각 선택의 의미를 현명하게 파악하며 살아간다면,
훗날 인생을 복기할 때 아름답게 생을 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