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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골목을 지나도 매일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은 햇빛이 가득 차 눈이 부시고
어느 날엔 비가 내려 흐려도 투명하거나
어느 날엔 바람에 눈이 내려
바람 속을 걷는 것인지 길을 걷는 것인지 모를 것 같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골목 어귀 한그루 나무조차 어느 날은 꽃을 피우고 어느 날은 잎을 틔우고
무성한 나뭇잎에 바람을 달고 빗물을 담고 그렇게 계절을 지나고 빛이 바래고 낙엽이 되고

자꾸 비워 가는 빈 가지가 되고 늘 같은 모습의 나무도 아니었습니다.

 

문밖의 세상도 그랬습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은 아니었습니다.

슬프고 힘든 날 뒤에는 비 온 뒤 개인 하늘처럼 웃을 날이 있었고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 뒤에도 조금씩 비켜갈 수 없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느려지면 서둘러야하는 이유가 생기고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매일 같은 길을 지나도 하루하루 삶의 이유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고 계절마다 햇빛의 크기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니 나는 그리 위험한 지류를 밟고 살아오진 않은 모양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꿈에 다다르는 길은 알지 못하고 살았지만
내 삶을 겉돌 만큼 먼 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가끔씩 다른 문 밖의 세상들이 유혹을 합니다.
조금 더 쉬운 길도 있다고
조금 더 즐기며 갈 수 있는 길도 있다고
조금 더 다른 세상도 있다고.

어쩌면 나라는 사람 우둔하고 어리석어서 고집처럼 힘들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돌아보고 잘못된 길을 왔다고 후회한 적 없으니 그것으로도 족합니다.

 

이젠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들과 내가 가지 않은 길들에 대하여 욕심처럼 꿈꾸지 않기로 합니다.

이젠 더 가져야 할 것보다 지키고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어느새 내 나이, 한 가지를 더 가지려다 보면 한 가지를 손에서 놓아야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내가 행복이라 여기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이젠 더 오래 더 많이 지키고 잃지 않는 일이 남았습니다.

세상으로 발을 내디디는 하루하루,
아직도 어딘가 엉뚱한 길로 이끄는 지류가 위험처럼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도 남아 있어서 아직도 세상 속으로 문을 나서는 일이
위험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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