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도시 빈민이 모여 사는 필리핀의 톤도에서 한 아이가 물었다.
"작가님은 햄버거 먹어 봤어요?"
"응, 그럼."
"햄버거는 어떤 맛인가요?"
"궁금하니?"
"정말 궁금해요. 사람이 자기 전에 자꾸 상상하면 상상했던 것들이 꿈에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생각 날 때마다 자기 전에 햄버거를 상상해 보곤 하는데... 꿈에 나오질 않아요.
사실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으니 제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다음날 아침 일찍 시내로 나가 아이가 넉넉하게 먹을 수 있게 햄버거를 3개 사서 등교한 아이 가방에
몰래 넣어 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는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공책과 필기도구를 꺼내기 위해 분명 가방 안을 들여다 봤을테고, 햄버거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텐데.
아니 냄새만 맡아도 눈치를 챘을텐데...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가방 안에 햄버거 있는 거 발견하지 못했니?"
"아니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햄버거를 준 분에게 고맙다고 말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냥 먹을 수 있겠어요?
혹시 작가님이 넣어주신 건가요?"
"응, 그래. 알았으니 이제 어서 먹어. 상하기 전에..."
"아, 감사합니다."
아이는 웃으며 대답을 하더니 주변을 살폈다.
순간 혼자 3개를 모두 먹고 싶은 마음에 주변 친구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닐까 의심했지만,
아이의 행동에 나는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친구를 경계한 게 아니라 친구들의 수를 헤아린 거였으니까.
식당에서 칼을 가져온 아이는 햄버거 3개를 15개로 잘라 모여있던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왜 나누는 거니? 햄버거 먹는 게 소원이었잖아?"
"혼자 먹으면 혼자 행복하잖아요.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는데 혼자만 행복하다면 그건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눠 줄 수 없다는 건 불행이니까요. 조금만 먹어도 저는 행복해요. 우리가 모두 함께 먹었으니까요."
최악의 빈민가에 사는 아이들.
아이들은 황폐한 곳에서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것 같지만, 고통 속에서도 밝은 내일을 꿈꾼다.
쓰레기로 가득한 동네에 살지만 세상을 바꿀 엄청난 꿈을 갖고 산다.
어떤 사람은 아이들이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정말 불행한 건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도 불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행복이란 큰 데 있는 것도, 작은 데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
빈민가 톤도의 아이들은 나눔과 감사라는 삶의 원칙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아이들은 불행한 운명의 튀어나온 부분을 깎고 또 깎아 스스로 행복한 삶을 만들고 있다.
운명이란 없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사람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