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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3천 궁녀를 거느리고 신바람나게 살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황제가 변강쇠처럼 정력이 절륜하면 몰라도, 하루 저녁에 궁녀 한 사람씩 잠자리를 같이 한다고 가정할 때,

적어도 3천 궁녀를 한 번씩 사랑하려면 “8년 80일”이 걸린다.

3천궁녀의 끝번은 8년 80일을 기다려야 자기 차례가 되는데, 하염없이 8년 80일을 기다리다보면

나이가 30대 후반을 훌쩍 넘었을 것이다.

어느 황제가 30대 후반의 올드미스와 잠자리를 하겠는가?

그러므로 아무리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라도 3천명의 궁녀 모두를 품지 않았다.

진홍(陳鴻)의「장한가전」를 보면, 당나라 황제는 법적으로 여자 티오(정원)가 121명이다.

즉 ①황후 1명과, ②부인(夫人) 3명과, ③빈(嬪) 9명과, ④세부(世婦) 27명과, ⑤어첩(御妾) 81명으로,

합계 121명이다.

그런데 왜 3천 궁녀라고 했을까?

황후를 비롯하여 궁궐 안에서 일하는 여자들 숫자가 대충 3천 명쯤 되었기 때문이다.

황제를 시중드는 수많은 궁녀와, 황후를 보좌하는 화장담담, 빨래담당, 의상담당, 청소담당, 미용담당,

군불담당, 주방담당 등등의 궁녀가 있고, 황후보다는 적지만 3명의 부인을 시중드는 궁녀와, 9명의 빈과

27명의 세부와 81명의 어첩을 시중드는 궁녀들이 각각 있고, 아울러 궁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많은 여인들이 있어 대략 3천 명쯤 되었다.

물론 황제의 모든 행위는 초법적이라 무치(無恥)인 만큼 121명 이외에 궁녀들 중에서 마음에 들면

제한을 받지 않고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중국 황제들의 밤일에 대하여 살펴보자.

황제가 저녁수라를 마치고 나면, 환관인 경사방태감(敬事房太監)이 후궁과 농첩(弄妾)의 이름을 적은

녹색의 명찰(綠頭牌)을 은쟁반에 깔아 올려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선택된 여인은 시간이 되면 황제를 살해하는 칼이나 독약을 몸에 숨길 수 없도록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몸으로 노랑물 들인 우모(羽毛)에 싸여 경사방태감의 등에 업혀 황제의 침실로 옮겨진다.

경사방태감은 침실 밖에서 황제의 사랑행위가 너무 길게 되면, 건강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是時候了)를 외쳐 알린다.

3번 외쳐도 내보내지 않으면 태감이 들어가 여인을 업어낸다.

이 경사방태감은 황제의 성생활을 조절하는 직책에 있었기에 권한이 막강하였다.

그는 황제가 어느 누구와 사랑한 날의 일시를 기록하여 그 탄생의 정통성을 증명하여야 한다.

또한 잉태했을 아기의 출생여부를 품의하여, 황제가 쓸모가 없다(無用)고 말하면 가차 없이 낙태시켰다.

황제의 총애를 받았으나 소생이 없어 족보에 기록되지 않은 궁녀가 어찌 한 둘이겠는가?

그리고 단 한번이라도 은총을 받은 궁녀들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한 번도 은총을 받지 못하고 구중궁궐에 갇혀 눈물로 일생을 보낸 궁녀들이 부지기수였다.

추야장 긴긴 밤을 눈물과 한숨으로 지새운 궁녀들의 원한이 서리서리 쌓이고 쌓여 화려했던 구중궁궐을

폐허로 만들어 추초(秋草)로 덮이게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속담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5월에도 서리가 내린다.”(一婦含怨 五月飛霜)가 있다.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라고 여인의 원한은 빗겨가지 않는다.

조선왕조의 27명의 임금님 평균수명은 45.8년이다. 3천궁녀 좋아할 것 없다.

5월에 서리가 내리는 일이 없도록 살려면 그저 착하고 바르게 사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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