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임금 숙종은 밤중에 미복 차림으로 백성의 사는 형편을 살피려 미행을 자주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허름한 작은 오두막집 앞을 지나는데 집안에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양반들이 사는 기와집 동네를 지나면서도 듣지 못했던 웃음소리에 숙종은 어리둥절했다.
그 까닭을 알아보기 위해 오두막집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 한 사발을 청했다.
그 사이, 숙종은 문틈으로 방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방안에는 할아버지가 새끼를 꼬고 있었고
어린아이들은 짚을 고르고 있었으며
할머니는 빨래를 밟고 있었고,
부인은 해진 옷을 깁고 있었다.
가난한 백성들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의 얼굴들이 모두가 어찌나 밝고 맑은지 도무지 근심 걱정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숙종은 주인에게 물었다.
"사는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좋은 일이라도 있소? 밖에서 들으니 웃음이 끊이지 않더이다."
주인은 희색을 띤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렇게 어렵게 살아도 빚도 갚아가며, 저축도 하면서 살고 있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는가 봅니다."
궁궐로 돌아온 숙종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오두막집에 살면서 빚도 갚고 저축도 한다는 말에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다음날 숙종은 신하를 시켜 어젯밤 그 집에 감춰진 재물이라도 있는지 조사해 보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 집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숙종은 다시 그 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전에 했던 말의 뜻을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부모님을 공양하는 것이 곧 빚을 갚는 것이고,
제가 늙어서 의지할 아이들을 키우니 이게 바로 저축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살면서 그 어떤 것도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하고, 만족할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는 언제 이 말을 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돈이 많으면 만족할 수 있을까?
돈이 많으면 조금 편리할 수는 있겠지만, 돈 버는 데는 결코 만족이 없다.
진짜 부자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를 느끼고,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삶에 자족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만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고 외칠 수 있는, 어떠한 부족함도 없는 '진짜 부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