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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 평온한 넉넉함이다.
하나 더 채우려고 허겁지겁 하던 맘이
텅빈 속 즐기는 여유로 바뀌면서
그냥 부족한 채 푸짐해지는 이 넉넉함.
나이를 보탠다는 건
참 따뜻한 밝음이다.
한치 앞 더 볼려고 부리부리하던 맘이
가까운 곳 살피려는 평상으로 돌아서면서
그저 못 본 채 훤해지는 이 밝음.
나이를 세어간다는 건
참 어리석은 따짐이다.
지난 삶 되돌이켜 시시콜콜 따지던 맘이
봄볕에 눈 녹듯 무위로 사라지면서
깜박 셈을 잊은 채 바보되는 이 따짐.
나이를 더해 갈수록
나이와 내가 내가 나이와 한데 어우러져
나이가 나를 내가 나이를 서로 의지하네.
지게와 지팡이가 맞물려 받쳐주듯
그래, 힘들지 끙끙대며
한순간 한틈도 뗄 수 없이 닮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