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이 안개 자욱한 대서양을 횡단하고 있었다.
그 때 선미에서 허드렛 일을 하던 흑인 소년이 발을 헛디뎌 세차게 출렁이는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소년은 도와달라고 소리 쳤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고, 세찬 파도에 밀려 배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소년은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차가운 바닷물 에서 전력을 다해 가느 다란 두 팔, 두 다리를 휘저었다.
그러면서 소년은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 배가 멀어져가는 방향을 주시 했다.
그러나 배는 점점 더 작아졌고 급기야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소년은 망망대해에 혼자 남겨졌다.
더는 팔을 움직일 힘도 없었고 이제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일만 남았다.
"그래,포기하자!"
그런 마음을 먹었을 때, 갑자기 자상한 선장의 얼굴과 따뜻한 눈빛이 떠올랐다.
"아니야,선장님은 내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반드시 나를 구하러 오실 거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소년은 다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필사적 으로 수영했다.
그 시각 선장은 흑인 소년이 안 보이자 바다에 빠졌다는 생각을 하고 배를 돌렸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시간이 너무 흘러서 벌써 상어밥이 됐을 겁니다."
그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선장은 소년을 찾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그의 결정에 반대하는 선원이 말했다.
"허드렛일이나 하는 흑인 꼬마를 위해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
"그만해!"
선장의 호통에 선원 모두가 입을 다물 었다.
바다에 가라앉기 직전, 소년은 겨우 목숨을 건졌다.
소년은 깨어나자마자 생명의 은인인 선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어떻게 바다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견뎠니?"
"선장님이 반드시 저를 구하러 오실 줄 알았거든요!"
"어떻게 내가 구하러 올 줄 알았지?"
"왜냐하면 선장님은 그런 분이니까요!"
그 말을 들은 백발의 선장은 소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렸다.
"내가 널 구한 게 아니라 네가 날 구했다!
너를 구하러 가기 전에 잠시 망설였던 내가 부끄럽구나."
강철 같은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것은 바로 믿음의 힘이다.
누군가에게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믿음의 사람 일까?
그리고 그런 믿음의 사람이 있는가?
소년 입장에서 보니 선장은 예수님 처럼 느껴지고, 선장편에서 보니 소년이 예수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믿음'이 사람도 삶도 아름답게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