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prev 2024. 11 next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문정희 -

1947년생 보성출신 여류시인, 동국대 석좌교수

 

"제목 : 치마"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드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

 

- 임 보 -

본명은 강홍기 1940년생

순천출신으로 전 충북대 교수

 

이 시는 "치마"에 대한 답시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공지 기타 컴퓨터로 TV보기 (지상파 및 종편)
공지 기타 신문 잡지 보기
4647 자유글 행운의 10가지 열쇠
4646 자유글 무엇이든 적당한게 제일입니다
4645 자유글 행복의 비결
4644 자유글 즐거운 삶을 만드는 마음
4643 자유글 저울에 행복을 달면
4642 자유글 노년을 아름답게 살자
4641 자유글 가장 괴로운 일은 무엇인가?
4640 자유글 마음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재산입니다
4639 자유글 인생을 사는 방법
4638 자유글 세상은 그렇게 그렇게 가는 거야
» 자유글 멋진 시 '치마'
4636 자유글 지나친 욕심
4635 건강 생활 민간요법
4634 자유글 삶에 대한 새로운 맛
4633 자유글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
4632 자유글 누가 그러더라... 인생은 말야
4631 건강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몸의 이상 징후
4630 자유글 21세기의 새로운 3대 성자(聖者)
4629 자유글 양초로 전하는 배려
4628 자유글 친구는 나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