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플랑드르의 유명한 화가 루벤스는 어느 날 오랜 시간에 걸쳐 대작품을 완성했고,
그동안의 피로를 풀기 위해 잠시 산책하러 나갔습니다.
그 사이 그의 제자들은 스승의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화실로 몰려왔고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뛰어 들어가며 서로 밀고 당기는 소동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한 제자가 그만 떠밀려 넘어지면서 물감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림을 쓰러뜨리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엉망이 된 그림을 보곤 사색이 되었고,
귀중한 작품을 망쳐 버린 것에 대한 두려움과 당황함으로 제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던 그때, 제자 중 한 사람이 붓을 들곤 손상된 부분을 직접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스승 루벤스가 산책을 마치고 화실로 돌아왔고 이 광경을 보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림을 수정하는 제자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뒤에 서 있던 스승을 발견한 제자는 바짝 긴장한 채 책망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긴장감이 흐르던 긴 침묵 끝에 루벤스는 말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그린 그림을 자네가 더 좋게 고쳐놓았군!"
이날 위기의 순간에 칭찬을 받았던 제자는 훗날 영국 궁정 수석 화가로 명성을 떨친
안토니 반 다이크였습니다.
맹자는 빛나는 스승이 아니라 따뜻한 스승이 되라고 권고했습니다.
맹자의 말처럼 학창 시절 생각나는 선생님이라고 하면
잘 가르쳤던 분보다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준 분이 먼저 떠오릅니다.
반다이크가 명성 있는 화가가 될 수 있던 데에는
루벤스의 지지와 아낌없는 응원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멘토가 될 때
그 사람의 재능을 키우고 가꿔줄 줄 아는 따뜻한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