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이다.
국민학교 다닐 때 보따리에 책을 싸서 어깨에 메고 뛰던 그 시절
보릿고개에 배 꺼진다고 어른들은 뛰지도 못하게 하셨다.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하며 더하고,
빼고를 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지나간 추억일 뿐이다.
주판알을 튕기던 시대를 넘어 전자계산기가 나오고
컴퓨터가 등장하더니 이젠 모바일 폰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다.
편하긴 하지만 굳어버린 손가락으로 과거의 습관에 익숙해진 고정관념으로
따라가기엔 너무나 벅찬 세상이다.
모든 것이 편한 세상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컴맹에겐 어렵고 불편한 세상이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청맹과니가 되는 세상이다.
예의범절이란 단어는 고어사전(古語辭典)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집안에서 하던 크고 작은 행사들도(돐ㆍ백일ㆍ생일ㆍ장례ㆍ등)
이젠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정말 우리는 지난 세월을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는데
이제 그 모든 것들을 알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었다.
이제는 우리 세대를 일컬어서 컴맹의 마지막 세대,
검정 고무신에 책 보따리를 메고 달리던 마지막 세대,
굶주림이란 가난을 아는 마지막 세대,
보릿고개의 마지막 세대,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
성묘를 다니는 마지막 세대,
제사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
부자유친(父子有親) ‘아비와 자식은 친함에 있다’ 라고 교육받았던 마지막 세대.
우리는 자식들로부터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 서글픈 첫 세대가 되었다.
죽어서 귀신이 된 후에도 알아서 챙겨먹어야 하는 첫 세대가 될 것 같다.
아니꼽고 치사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컴퓨터도 모바일 폰도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이지만 젊은이들 눈치만 보지 말고
우리도 즐겁고 재미있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