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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지하상가에서 잡화점을 운영했는데

저녁 무렵 사십대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그 손님은 남성용 물건이 아닌 여자용 지갑이 진열된 곳으로 가 물건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손님이 원하던 것과 비슷한 지갑이 있었고,

계산을 하러 온 손님의 얼굴에는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가는가 싶더니,

자신의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몇 장인가 세더니 방금 구입한 지갑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손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습니다.

"지갑만 사드려도 좋아할 텐데 돈까지 그렇게 많이 넣어주시는 걸 보니 아내분 생일 이신가 봐요."

 

"아니에요. 집사람이 지갑을 잃어버리고 집에 와서 너무 우울해해서 위로해 주려고요.

잃어버린 것과 비슷한 지갑에 잃어버린 돈까지 넣었으니 지난 일은 말끔히 잊고 힘내라고요."

그리고는 지갑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는 가게 문을 나섰습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지갑을 사주기는커녕 물건 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냐며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을 더 아프게 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아내가 실수라도 하면 아내의 지갑을 샀던 손님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기억이 아내와 나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었습니다.

 

살다 보면, 사랑하는 마음은 세월의 흔적과 힘든 삶에 가려져 희미해져 갑니다.

연애 시절 연인을 생각하는 마음까진 아니더라도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며 살진 말아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처음 만난 순간이 아니기에 처음의 마음을 강요하진 마세요.

대신 지금 이 순간의 마음에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랑한다면

처음보다 진한 감동을 서로에게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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