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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가던 길을 멈춰서서 뒤돌아 봅니다.
꽃이 피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아지랑이 피고 새가 울고 희망에 들떠서 꿈에 부풀던 세월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런 세월이 영원한줄 알았지요,
하지만 행복하던 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알몸으로 서서 살아가기 위해서 애써야 하는 세월이 왔습니다.
태풍도 불고 폭우도 와서 힘들었던 세월이 더 길었습니다.
하지만 간혹은 나무 그늘 아래서 매미 소리에 화답하는 안온함도 있었습니다.
비가 오고 나면 무지개 뜨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제 가을!
가을은 열매를 맺는 계절이라지요?
어떤 열매가 열릴까요?
어떤 씨앗을 뿌렸나 더듬어 봅니다.
사랑을 뿌렸을까?
희망을 뿌렸을까?
행복을 뿌렸을까?
보람을 뿌렸을까?
혹여
슬픔을 뿌린 건 아닌 지,
절망을 뿌린 건 아닌 지,
미움을 뿌린 건 아닌 지,
이제 좋은 결실 만을 기대해 보면서
이제 몇장 안남는 달력을 보니 세월의 빠름을 생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