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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겸손은 땅이다라는 대목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겸손은 땅처럼 낮고 밟히고 쓰레기까지 받아 들이면서도
그곳에서 생명을 일으키고 풍성하게 자라 열매맺게 한다는 것입니다.
더 놀란 것은 그동안 내가 생각한 겸손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나는 겸손을 내 몸 높이로 보았습니다.
몸 위쪽이 아닌 내 발만큼만 낮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겸손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 발이 아니라 그 아래로 더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밟히고, 눌리고, 다져지고 아픈것이 겸손이었습니다.
그 밟힘과 아픔과 애태움 속에서 나는 쓰러진 채 침묵하지만
남이 탄생하고 자라 열매맺는 것이었습니다.
겸손은 나무도, 물도, 바람도 아닌 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