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때로는 울고 싶지만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어머니의 눈물은 얼굴로 흐르지만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으로 흘러 가슴에 눈물이 고여 있다.
아버지의 울음은 그 농도가 어머니 울음의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버지는 가족을 자신의 수레에 태워 묵묵히 끌고 가는
말과 같은 존재이다.
정작 아버지가 옷걸이에 걸고 싶은 것은 양복 상의가 아니라,
아버지 어깨를 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이다.
아버지의 이마에 하나 둘 늘어나는 주름살은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흔적이다.
아버지의 무겁기만 한 발걸음은 삶의 힘겨움 때문이다.
아버지의 꾸부정해진 허리는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출근하는 직장은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가슴 속에 꿈 하나 숨기고 정글 같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위에서 짓눌러도 티 내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고
아래에서 치받아도 피할 수 없다.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참아야 한다.
가정의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자연히 ‘나’는 없어지고 가족’이 삶의 전부가 된다.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강박감과 책임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 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자식은 남의 아버지와 비교하면서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하여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란 침묵과 고단함을 자신의 베개로 삼는 사람이다.
말없이 묵묵한 아버지가 톡 던지는 헛기침 소리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건재함을 알리는 짧고 굵은 신호이다.
아버지란 겉으로는 태연해 하거나 자신만만해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에 대한 허무감과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괴로움을 겪는 존재이다.
아버지는 항상 강한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너무 약하고 쉬 지치는 연약한 한 인간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어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기대한 만큼 아들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최고의 기대는 자식들이 반듯하게 자라주는 것이며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길을 내면 자식은 그 길을 걸어간다.
아버지의 말은 씨가 되어 자식의 꿈이 되고 삶이 된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방’이다.
자식은 아버지가 하는 모든 것을 보고 모방한다.
자식은 ‘설명’보다 모범’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 딸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산소처럼 항상 자식 곁에 있지만
아버지는 그 깊은 사랑을 감춘 채 대기하고 있다.
아버지는 비탈길에 서 있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위험한 등산길에 등산객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
자식들이 힘들 때 쓰러지지 않고 살게 하는 삶의 기둥이다.
아버지의 손은 자식을 위한 삶이 그대로 박혀 있는 손이다.
바로 그 손으로 자식이 넘어지지 않게 손을 잡아주면서 사랑의 빛을 발한다.
아버지는 자식의 힘이고 자식은 아버지의 힘이다.
자식은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아버지의 사랑을 먹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성공한 아버지만이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는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이다.
비록 부족하고 허점이 있어도 아버지는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기에
세월이 흘러도 가슴에 하나의 뜨거움으로 다가오는 존재이다.
아버지는 뒷동산의 바위 같은 존재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무더위에 그늘의 덕을 베푸는 존재이다.
끝없이 강한 불길 같으면서도 자욱한 안개와도 같은 그리움의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