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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 인생 이내 목숨 만년 살 줄 믿지 마소,
앉다가도 엎어지고 서다가도 넘어지네.
빈부귀천 노소남여 차별 없이 죽어가고,
북망산천 저 무덤은 크고 작고 흙이로 다.
금은보배 태산 같고 처자 권속 수 많아도,
애착하던 이 몸조차 헌신같이 버려두고,
영혼 홀로 떠나는 길 뉘 라서 같이 갈까!?
홀홀 단신 슬픈 걸음 무주 고혼 되었구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맨 주먹을 쥐고 났고,
저승으로 가는 걸음 빈손으로 떠나간다.
알았거나 몰랐거나 지은죄 복 남 못주고
짊어지고 가고 오고 눈 어둡고 의지 없이
천당지옥 사생 육도 돌아 설 길 아득하다.
여보시오 가는 손님 잠시 한 말 듣고 가소
꿈결 같은 우리 인생 잠시 왔다 가는 걸음
풀 끝에 이슬이요 구름 틈에 번개로다.
억척 만생 왔다 가고 한없는 몸 바꾸어도
여보시오, 가는 손님 몰랐거든 생각하소.
잘되고 못 되는 일 제 될 만큼 될 것이니.
불평 없이 인연 따라 마음 편히 살아가며
온갖 망상 그만두고
일 할 때나 노는 때나 일심으로 살아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