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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허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도의 차이지.
큰 눈으로 보면 모두가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돌려 세워 놓은 뒷 모습은 모두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이고,
저마다 인간적인 우수가 깃들어 있다.
문제는 자신이 저지른 허물을 얼마만큼 바로 인식하고
진정한 뉘우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인간의 자질이 가늠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권력도 금력도 명예도 체력도 사랑도 증오도 모두가 한때 일 뿐이다.
우리가 어떤 직위에 일에 나아가고 물러남도 그런 줄 알고 진퇴를 한다면
분수 밖의 일에 목 말라 하며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숲은 나목(裸木)이 늘어가고 있다.
응달에는 빈 가지만 앙상하고,
양지 쪽과 물기가 있는 골짜기에는 아직도 매달린 잎들이 남아 있다.
때가 지나도 떨어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잎들이 보기가 민망 스럽다.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산뜻하게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빈자리에 새 봄이 움이 틀 것이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질 때도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
왜냐하면 지는 꽃도 또한 꽃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생의 종말로 생각 한다면 막막하다.
그러나 죽음을 새로운 생의 시작으로도 볼 줄 안다면,
생명의 질서인 죽음 앞에 보다 담담해질 것이다.
다 된 생에 연연한 죽음은 추하게 보여 한 생애의 여운이 남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말끔히 쓸어내어 찬 그늘이 내리는 빈 뜰을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