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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맛이 없기에 평생 마신다.
물이 맛이 있었다면 지겨워서 오래 마시지 못했을 것이다.
공기는 향기가 없기에 평생 들이마신다.
공기에 향이 있었다면 잠시뿐 금세 질려버렸을 것이다.
삶은 단 한 번뿐인 일회용이기에
살아 있는 동안 만큼은 맛깔나게 향기롭게 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착각한다.
맛과 향기가 밖에서 온다고.
물은 처음부터 달콤했다.
목마른 자에게만
공기는 늘 향긋했다.
숨 가쁜 자에게만
삶의 맛은 허기진 영혼이 만들어내고
삶의 향기는 절실한 마음이 피워낸다.
그러니
맛깔나게 살려면 먼저 굶주려야 하고
향기롭게 살려면 먼저 메말라야 한다
가진 것들을 다 내려놓고 빈손으로 서 있을 때
비로소 물의 단맛을, 공기의 청량함을, 삶의 진짜 맛을 안다.
우리가 찾는 건 새로운 맛이 아니라
맛을 느낄 수 있는 간절함이었던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이 삶을 배고픈 마음으로 목마른 영혼으로
천천히 씹어 삼키며 깊이 들이마시며 살아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