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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회갑도 지났고, 고희도 지났고,
겨우 여든과 아흔의 중간지점에 거의 도착했다.
내가 흘려 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도망쳐온 것도 아닌데
세월이 제 자랑하며 흘러 버렸으니
청춘이란 꽃밭은 아득히 멀어져 잊혀지고
흰 머리 잔 주름에 검버섯 같은 허무만 남았다.
이제 갈 길은 외줄기, 피할 수 없을 바에는
홀가분하게 그 길을 즐겁게 걷자.
탐욕과 아집. 버겁고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가벼운 몸 즐거운 마음이면 좋지 않겠나.
그저 하루 하루 즐겁고 당당하게 걸으면 되지 않겠나.
고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
지금까지 한 세월이 바람처럼 흘렀듯,
또 앞으로 10년, 20년이 강물 처럼 흘러
어느 날 100살을 넘길지도 모르지 않는가.
건강하고 즐거우니 이것도 축복과 은혜가 아닌가.
같이 하는 가족에게 감사하고,
함께 걷는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인연이 닿은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살련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미리 해두고 싶다.
너무 늦으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인생 100세 시대에 90도 되지 않은 이 나이는
아직 시들 나이가 아니다.
100살 보다는 아직 많이 어리지 않는가?
잘 익은 인생 여든의 중반,
저녁 노을 고운 빛깔 처럼 절정을 준비하는 나이,
젊은 세대들이야 믿거나 말거나
인생 팔십대가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고 힘을 한번 더 내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