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과객이 날이 어두워 잠 잘 곳을 찾다가
외딴 집을 발견하고 싸리문을 밀고 들어가며 말했다.
'주인장, 하룻밤만 좀 재워주시오.'
방문이 열리며 미모의 안주인이 말했다.
'가까운 곳에 인가도 없고 나 혼자 사는 집이라,
외간 남자를 재워 드릴 수가 없소.'
그러자 과객은
'가까운데 인가도 없다면서 난 어떡하오.
부디 하룻밤만 묵고 가게 해 주시오'
하고 사정했다.
주인 여인은
'건넌방에 묵게 해 드릴 테니까 주무시고,
혹여 밤에 자다가 건너와 수작을 부리면
개 같은 놈이 되오'
라고 못을 박았다.
과객은 잠자리에 누웠으나
자꾸만 미모의 안주인이 떠올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안주인에게 건너가 희롱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개 같은 놈'이라는 말이 떠올라 홀로 밤을 보냈다.
아침이 되어 안주인에게
'신세 잘 지고 갑니다' 하고 돌아서는데,
안주인이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개만도 못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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