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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곡식을 축내기에 덫을 놓았더니 바로 걸려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자 잡히는 쥐가 없었다.

쥐란 놈이 알아차렸구나 생각하여 덫을 옮겨 놓으라고 하였다.

덫을 몇 발자국 옮겼더니 쥐가 또다시 걸려들었다.

 

이를 보고 내가 말하였다.

“똑같은 덫인데도 저쪽에 있을 때는 알아차리더니 이쪽으로 옮기니까 알아차리지 못하는구나.

그 이유는 먹이에 대한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리다 보면 지혜가 어두워져서, 놓인 위치는 달라졌지만

덫은 똑같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貪則智昏, 殊不覺地異而穽一也.)”

 

개구리는 개울이나 도랑에서 태어나지만 반드시 섬돌이나 뜰에 들어와 숨는다.

그런데 닭들이 개구리를 찾아다니니 잡히면 곧 죽는다.

이를 보고 내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수풀이나 늪에서 마음대로 지내지 않고 번번이 인가

가까이 와서 재앙을 면하지 못하는가.

생각해보면 사람과 가까운 곳은 토지가 비옥하고,

토지가 비옥하면 벌레가 많으니, 개구리가 벌레를 쫓아서 오는 것이다.

아아! 이익이 있으면 재앙이 뒤따른다는 것을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噫! 有利則害隨, 於此可驗.)”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 선생의 ‘관물편(觀物篇)’에 실린 이야기들입니다.

미끼를 탐내느라 똑같은 덫인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쥐.

벌레가 많은 것만 알고 위험은 생각하지 못하여 닭에게 먹히는 개구리.

이익과 욕심과 불행이 물고 물리며 빙빙 도는 것이 짐승 얘기만은 아닌 듯하여 가슴이 서늘합니다.

 

같은 책에 실린 이야기 하나 더 봅니다.

어떤 사람이 야생 거위를 키웠다.

익힌 음식을 많이 주었더니 거위의 몸이 무거워져서 날지를 못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거위가 갑자기 먹이를 먹지 않았다.

주인은 거위가 병이 들었나 걱정하여 먹이를 더욱 많이 주었는데 거위는 계속 먹지 않았다.

열흘쯤 지나 몸이 가벼워지자 거위는 허공으로 솟아올라 날아갔다.

 

내가 그 얘기를 듣고 말하였다.

“지혜롭도다. 제 몸을 잘 보전하는구나.

(智哉! 善自保也.)”

제 몸이 무거워진 걸 깨닫고 스스로 식욕을 조절하여 몸이 가벼워지자

마침내 하늘로 훨훨 날아갔다는 거위 이야기입니다.

 

욕심으로 죽음을 자초하는 짐승과 자기 절제로 자유를 얻는 짐승 사이

어디쯤에 우리는 자리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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