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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왜 이렇게 빠른지 어느새 머리도 빠지고 백발이 되더니

턱밑엔 주름이요, 코밑엔 고양이 수염에 온몸 곳곳에는 검은점이 자꾸 생기네. 

물 마시다 사래들고 오징어를 씹던 어금니는 인프란트로 모두 채웠네.

 

안경을 안쓰면 신문 글자도 얼른 거리니 세상 만사 보고도 못본척 살란 말인가.

아니면 세상이 시끄러우니 보고도 못본척 눈감으란 말인가.

그런데 모르는척 살려하니 눈꼴 시린게 어디 한두가지 이던가.

 

나이들면 철이 든다 하더니 보고 들은게 많아서인가,

잔소리만 늘어가니 구박도 늘어나네. 

잠자리 포근하던 젊은 시절은 모두 지나가고 이제는 긴긴밤 잠 못이루며

이생각 저생각에 개꿈만 꾸다가 뜬 눈으로 뒤척이니 하품만 나오고.

 

먹고나면 식곤증으로 꾸벅꾸벅 졸다가 침까지 흘리니 

누가 보았을까 깜짝 놀라 얼른 훔친다.

된장국에 보리밥도 꿀맛 이더니 이제는 소고기 하얀 쌀밥도 억지로 끼적꺼리다 

누가 보았을까 주변을 살피네.

 

고상하고 점잖은 체면은 어데로 갔는지, 뒷뚱거리며 걸어가다

뱃속이 불편하여 실례한 방구 소리에 누가 보고 들었을까 뒤돌아 보며 멋적어 하네.

 

구두가 불편해서 운동화를 신었는데 쿠션따라 사뿐이 걷다가

중심이 헷갈려 뛰뚱대다 넘어지니 꼴불견 이로구나.

 

까만색 정장에 파란 넥타이가 잘 어울리더니 이제는 트렌드가 아니라나

어색하기 짝이없어 차라리 등산복 케주얼 차림이 편하고나.

 

전화번호부에 등록하고 가깝게 지나던 친구의 이름도 하나 둘 씩 지워져 가고

누군지 알듯 모를듯 한 이름은 하나 둘씩 삭제를 한다. 

 

정기 모임날자 는 꼬박꼬박 달력에 표시하며 친구들 얼굴 새기고 이름도 새겨보며 

약속한 날짜를 손꼽아 기다린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은

아마도 가을 들녁에 풍년이 들어 허리 굽혀 고개숙인 벼이삭을 말했는가 보다.

 

점점 늘어나는것은 기침소리요 손발이 저리고 쥐가나며 

서랍장에는 자식들이 사다준 건강 식품이고

식탁 한쪽은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봉지가 약국 진열장 같구나.

 

외출 하려면 행동이 느려지고 신발신고 현관을 나가려다 

다시 돌아와 안경쓰고 지갑찾고 다시 나가려 생각하니 승용차 키를 안챙겼네 .

 

승강기 호출해서 올라타니 다른 승객 모두 마스크 를 썼는데 나만 안했으니 죄인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들어와 마스크를 쓰고 출발 했으나 뭔가 좀 서운해서 생각하니 핸드폰을 두고 나왔고나.

 

이쯤되니 혹여 치매인가 불안에 떨다가 모임에 나갔더니

너도 나도 모두가 똑 같다네.

 

그렇다면 정상이라 치부하고 제자리 오락 가락, 

그러려니 생각하고 지나간 날 뒤 돌아보니 가버린 세월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지난날이 인생의 전성기였고나.

 

아이들아 어른이 되려고 하지마라.

머지않아 추억이 그리우려니 거기서 멈추어라.

 

청춘은 가고 어른이 되어 보니 이렇게 허무한 끝이로구나.

야속한 세월은 이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쉬은 황혼은 저물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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